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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논단] [세상읽기] 무리수와 하수인 / 김상종 교수

2009-04-28l 조회수 5080

[세상읽기] 무리수와 하수인 / 김상종 ( 한겨레신문 2009.04.27 기사 )무리수, 요즘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키워드다. 어느 정권이 무리수를 둔다면 그 배경은 욕망과 초조감일 것이다. 욕망의 핵심은 재집권, 그리고 그 욕망의 크기에 비례하는 초조감. 이런 배경에서 나오는 무리수가 요즘 우리 사회를 지배한다. 여러 분야의 교수들이 모인 식사 자리에서 나온 이야기였다.무리수는 언제나 논란을 불러온다. 그래서 하수인이 필요하다. 그러나 하수인들은 주어진 작은 권력에 취해 무리를 하는 경향이 있다. 한때의 무리가 이후 두고두고 이들을 힘들게 만들기도 한다. 결과적으로 학계와 사회적인 신뢰는 물론 가족들의 신뢰조차 모두 잃을 수도 있다. 요즘은 공적인 활동에 대한 평가를 언제든 쉽게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그런데 그런 무리수가 눈에 많이 띈다. 그냥 많은 게 아니라 너무 많다.담당 부장검사가 상부의 압력에 대한 이견으로 사표까지 냈다고 알려진 피디수첩 사건에 다시 몰입하는 검찰. 누리꾼에게 재갈을 물리는 데 일정 부분 성공하였다는 미네르바 구속사건. 촛불집회 재판에 개입해 사법부의 권위를 스스로 무너뜨렸다는 평가를 받는 신영철 대법관. 전례 없는 조기진압을 하다 6명의 생명을 빼앗은 경찰. 연예인 자살 사건을 수사하면서 특정 언론사 사주를 보호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는 경찰.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통과 관련 무리수를 둔 박진 국회 외교통상위원장과 한나라당 의원들.꼽아보면 국회, 사법부, 정부가 모두 무리수에 적극 동참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언론 또한 예외가 아니다. 자신들의 이익과 생존을 위해 기꺼이 무리수의 나팔수 노릇을 자임하는 보수 신문들. 그리고 사회단체와 종교단체까지 그 폭이 매우 넓다.무리수의 사례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게 4대강 살리기 프로젝트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결정한 14조원짜리 사업으로 19만명의 신규 고용과 23조원 생산유발 효과를 창출한다지만 구체적 사업 계획도 없이 착공부터 하였다. 그리고 마스터플랜은 아직도 나오지 않고 있다. 마스터플랜 작성자들은 고민이 매우 많을 것으로 보인다. 건설회사 경영자 출신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라지만 마스터플랜을 채울 사업 내용도 마땅치 않고, 논리적으로 국민들을 설득하기도 쉽지 않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물 문제를 근원적으로 해결하겠다지만 사실상 4대강 정비는 이미 97%가량 마친 상태이다. 따라서 수질개선 효과는 미미할 것이라는 평가이다. 국립환경과학원의 모의실험 분석에서도 4대강 정비사업을 위해 강에 댐과 보를 설치하면, 강의 수질이 오히려 악화할 수 있다는 결과가 나왔다고 한다. 단기적이고 임시적인 일자리를 포함해도 정부 주장의 5분의 1 수준밖에 창출되지 않는데 굳이 건설업계를 지원하기 위해 고용효과를 명분으로 내세운다는 비판도 높다. 인구가 적은 지역에 만들겠다는 자전거 도로나 여가활동시설 등에 대한 투자효용성 논란도 시작되고 있다.이제 5월이면 마스터플랜을 내놔야 할 것이다. 찬반논쟁은 뜨겁게 불붙을 것이다. 국가균형발전위원회와 녹색성장위원회가 정부 쪽 두뇌집단의 역할을 맡고, 각종 하수인의 등장이 예상된다. 흥미로운 사실은 두 위원회의 최상철 위원장과 김형국 위원장은 물론, 반대론으로 유명한 이정전 명예교수와 김정욱 교수도 모두 서울대 환경대학원 소속이라는 점이다. 이미 이정전 교수는 김형국 위원장 발언과 관련하여 공개적인 비판을 제기하였다.특정한 사안에 대해 전문가의 입장이 다를 수 있다. 그렇지만 집권 연장을 위해 무리수를 두는 정권을 위해 앞장서다 불행을 겪는 하수인이 더 이상 없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