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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명과학논단] [생생 생물학]늘어나는 암, 생물학적으론 ‘장수’ 탓 [이현숙 교수]

2007-10-02l 조회수 6865

[생생 생물학] 늘어나는 암, 생물학적으론 ‘장수’ 탓 [이현숙 교수] < 동아사이언스, 2007년 09월 28일 기사 >최근 암 환자가 과거보다 늘었다는 얘기가 많다. 산업화로 더 잘살게 되긴 했지만 공기가 나빠지고 스트레스도 많이 받는 지금의 환경이 예전보다 못하기 때문일까. 일면 맞는 듯하다. 공해나 스트레스가 심할수록 암을 일으키는 물질이 많아지니까 말이다. 그러나 암의 발생 원인을 연구하는 분자생물학자들의 의견은 사뭇 다르다. 과학적으로 암은 ‘유전자 불안정성의 질환’이다. 즉, 우리 몸속 세포의 생로병사를 결정하는 여러 분자에 돌연변이가 많이 생기고 그 돌연변이가 가속되는 현상이 암이란 것이다. 암세포는 계속 증식할 뿐 아니라 혈관을 따라 이동하며 다른 기관에 침투해 들어가 자리 잡고 제2의 암세포로서 다시 증식한다. 정상 세포가 이렇게 암세포로 바뀌려면 생명 활동에 결정적인 한 유전자에서 돌연변이가 시작돼 적어도 수백, 수천 개에 달하는 유전자가 변해야 한다. 이를 일컬어 ‘유전체 불안정성’이라고 한다. 이는 세포가 상당 기간 분열을 계속해야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적어도 최초의 돌연변이부터 20∼30년은 걸린다. 따라서 인간의 수명이 40년 정도라면 암에 걸릴 확률도 낮다. 최근 암이 증가한 듯 보이는 것은 의학의 발달로 수명이 길어져 생긴 일일 것이다. 생명과학의 발달로 조기진단 기법이 개발된 것도 한 이유다. 옛날 같으면 암인 줄 몰랐던 증상도 이제는 잘 진단할 수 있으니 암 환자가 늘어난 듯 여겨지는 것이다.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고 암은 노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다. 최근 분자생물학자들은 염색체 말단인 ‘텔러미어(사진의 노란 부분)’에 매료됐다. 텔러미어가 짧아지는 게 바로 노화현상인데 암세포가 텔러미어의 길이를 계속 유지하면서 끊임없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알아냈기 때문이다. 사람의 텔러미어는 T자처럼 생겼다. 이 구조가 망가지면 유전자 손상이나 돌연변이의 직접적인 원인이 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졌다. 분자생물학은 암을 연구하면서 발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암을 정복하려는 과학자의 열정이 유전자 생성이나 세포 분열 등의 메커니즘을 규명하게 했다. 이 과정은 몸속에서 늘 일어나는 일이지만 잘못됐을 때 암세포 같은 불청객이 탄생한다. 이제 텔러미어와 노화, 암의 관계에 대한 비밀이 풀리기 시작했다. 암을 극복하려는 열망이 획기적인 차세대 항암제 개발 비법까지 선물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