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연구하며, 교육하며 (Professor's Essay)

실패를 통한 배움

이건수l 2011-04-10l 조회수 4206

  자신의 생각을 실험으로 입증하려는 과학을 실험과학이라 하며, 생물학도 이에 속한다. 대학원에 갓 입학하여 본인만의 실험을 처음 수행했을 때의 흥분을 필자는 아직도 생생히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흥분과 기대도 잠시, 예상했던 결과는 잘 나오지 않고, 반복되는 실패로 말미암아 결국 혼란과 걱정에 휩싸인다. 내가 뭘 잘못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내가 사용하고 있는 시약은 제대로 만들어진 것인지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떠오르다가 결국 자신감을 잃어가고, 나중에는 하나뿐인 인생을 이런 되지도 않는 실험을 수행하면서 낭비할 필요가 있는가를 심각하게 묻게된다. 대게는 실험이 잘되는 경우보다는 안 되는 경우가 빈번하므로 대학원 생활은 불안함과 절망으로 점철되고, 그 어려움은 학위논문 발표가 가까울수록 증폭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실패를 통하여 배운다는 사실은 실험과학을 연구하는 사람들에게는 불변의 진리이다. 연구자의 생각이 잘 검정될 수 있도록 쉽고도 적절한 실험을 구상할 수 있는 능력은 매우 중요하다. 하지만 아무리 많은 생각과 자료를 가지고 구상되었던 실험이라도 의도대로 진행되는 경우는 별로 없다. 비록 실험결과가 기대했던 대로 나오지 않았더라도 좋은 과학자라면 쉽게 실망하지 않는다. 기대했던 대로 결과가 나오지 않은 이유를 분석해 나간다. 만일 바라던 결과를 얻을 수 없는 이유를 알아냈다면 문제를 해결한 것과 진배없다. 그러므로 좋은 과학자는 실패했던 실험 결과들을 던져버리지 않고 오히려 이로부터 배우는 사람들이다. ‘과학의 위대한 업적들은 우연으로부터 얻어졌다는 말은예측하지 못했던 결과를 얻고 이를 잘 분석하여 새로운 진리를 밝혀내었다라는 의미이다.

 

  우리는 살아가는 동안에 싫건 좋건 수많은 결정을 내리도록 강요받는다. 진학, 결혼, 취업 등 큰 결정으로부터 시작하여 수강신청, 018로 할까 019로 할까, 오늘 점심은 뭘 먹을까 등등을 가지고 항상 생각하게된다. 우리가 올바른 선택을 했는가 아니면 그른 선택을 했는가는 보통은 나중에 나타난 결과로 알 수 있다. 옳은 선택을 주로 하는 사람들은 대개 성공적인 인생을 살게된다. 그렇기에 이를 연습시키려고 엄마는 아이에게 빨간색 사탕과 노란색 사탕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라고 강요한다. 아이는 어느 색깔의 사탕을 고를까를 놓고 열심히 고민한다.

 

  어떻게 하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을까? 앞서 살았던 현인들의 많은 도움말 가운데 필자의 마음에 가장 와 닫는 말은 그른 결정을 통하여 배우라는 것이다. 아무리 최선을 다하여 내린 결정이라도 그를 수 있다. 실패를 통하여 배우려면 우선 실패를 겸허하게 받아드린 후, 실패한 이유를 철저히 분석해야 한다. 그래야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고 그만큼 다음 번에는 옳은 결정을 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이치에 따르면 옳은 결정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실패를 많이 해본 사람, 매 실패마다 배운 사람이고, 결국은 결정을 많이 해 본 사람이겠다. 평소에는 자신의 행위에 대한 고찰과 반성을 게을리 하다가 인생의 중대사를 목전에 두고 마치 도박하듯이 결정 내려서 성공하면 기고만장, 실패하면 얼굴이 벌게지는 그런 삶은 지양되어야 한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면 발전할 수 없다. 국회의원을 선택해야 하는 이때에 새겨보고 싶은 말이다.

 



 <2000년 3월, 대학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