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in Biology

Biologically Not Right!

이일하l 2011-05-15l 조회수 292

Biologically Not Right!                                        Grade E

최근 볼리비아에서 여성을 국방장관으로 기용했다는 국제뉴스가 화제거리가 되었다. 솔직히 내 반응은 ‘이건 뭥미?’였다. 여성이 왜 국방장관이 되어야 하는가라고 생각한다면 내가 가부장적이고 남성 중심주의적 사고를 벗어나지 못하는 전근대적 인물이 되는건가? 이건 생물학적으로 옳지 않다. 생물학자로서 내가 가장 받아들이기 힘든 사고 중 하나는 동성애자들을 허용하는, 정확히는 허용해야 될 것 같은 사회적 기류를 잡아가는 진보적 지식인들의 사고이다. 이건 정말 생물학적으로 옳지 않다.

나는 페미니스트이다. 여성의 사회∙정치∙경제적 불평등에 반대하며 여성의 사회활동을 적극 지원하는 사람을 페미니스트라고 정의하는 위키백과의 정의가 옳다면 난 페미니스트가 맞다. 내가 페미니스트가 된 데에는 나의 부끄러운 과거가 있다.

내가 대학에 갓 들어온 신입생이었을 때, 신입생 환영회 자리에서 여학생 앞에서 부끄러운 내 속내를 드러낸 적이 있었다. 당시 우리는 생물학과가 동물학과, 식물학과, 미생물학과의 3개 학과로 나누어져 있던 시기에 계열별 모집군으로 대학에 들어왔다. 그리고 진과하고 싶은 학과가 하나같이 미생물학과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래야할 하등의 이유가 없지만 그때는 그랬다. 그래서 유행이라는게 참으로 덧없다. 어쨌든 모든 학생이 미생물학과를 목표로 들어왔으니, 당연히 서로들 피터지게 경쟁해야하는 경쟁상대로 느껴졌을 것이다. 그때 신입생들끼리 어느 과로 진과하고 싶냐는 얘기를 하다가 자연스레 서로 네가 양보해라라는 농담을 주고받게 되었다. 그때 나는 무척 진지하게, 그리고 그게 마치 합리적인 생각이라는 듯 넌 여자니까 네가 양보해라는 말을 여학생에게 던졌다가 주변 친구들의 질타를 집중적으로 받았다. 당시의 나는 가부장적 사고가 가장 심각한 경상도 지역에서 갓 건져올린 어린 학생이었고, 여성은 남성을 위해서 희생을 해야 한다는 얼토당토않은 생각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고 있었다. 내가 틀렸다는 생각을 깨닫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치도 않았고 그러한 속내를 들켜버렸다는 창피함이 내 얼굴을 발갛게 물들게 했다. 아마 그때 이후 내가 페미니스트가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일종의 급성 반작용같은 것이다.

난 정치적으로는 진보 쪽에 가깝다. 보수적인 동네에서 자란 사람의 일종의 반작용일까? 물론 80년대 대학생활을 했던 사람들이 정서적으로 공유하는 정치적 가치관의 영향이 컸을 것이다. 내가 386 세대라는 용어가 비아냥의 대상이 되었던 시기에도-지금도 그런가?- 여전히 386 세대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던 것도 같은 맥락일 것이다. 그러다보니 진보적 지식인들이 하는 얘기는 비교적 큰 비판의식없이 듣게 된다. 프레임이라는 말이 있다. 일종의 가치판단을 위한 사고의 틀이다. 진보적인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프레임 안에서 갇혀 사는 것 같다. 사회에는 다양한 가치판단의 영역이 있을텐데 같은 프레임을 공유하는 사람들은 비슷한 판단들을 하고 사는 것이다. 그래서 내 귀에는 진보적 지식인들이 하는 얘기는 항상 옳고 보수적 인사들이 하는 얘기는 항상 귀에 거슬린다. 그런데 하나의 예외가 있다.

동성애자에 대한 태도에 있어서 진보적 지식인들은 허용하는 태도를 견지하고 있고 보수적인 사람들은 그와 반대이다. 생물학자로서 나는 이 부분이 수용이 되질 않는다. 더구나 생물학적인 이유를 들어 동성애는 자연스러운 것이니 받아들여야 한다는 주장에 이르면 이건 이런 억지도 없다라는 생각이 든다. 내가 알기로 동성애의 생물학적 근거로 가장 많이 언급되는 연구 내용은 미국 Salk 연구소의 연구원이 발표한 동성애자의 뇌의 한 부분이 이성애자에 비해 비정상적인 구조를 보인다라는 것이다. 불행히도 조금만 더 들여다보면 그 연구내용은 이후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재현되지 않는 사실상 과학계에서 기각되어 버린 아이디어에 지나지 않는다. 내가 과문해서인지는 모르지만 이후 어느 누구에 의해서도 동성애의 생물학적 근거를 제시한 연구결과가 나온 적은 없다. 그런데도 한번 퍼져버린 소문은 수많은 입을 통해서 확대 재생산되어서 현재는 확고부동한 사실처럼 회자되고 있다.

많은 진보주의자들 역시 이를 근거로 동성애는 그들 성적 소수자들의 유전적 숙명이므로 이를 허용해야 한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미안하지만 아직 그런 유전적 증거는 없다. 그리고 이후 연구를 통해 유전적 근거가 밝혀지더라도 현재 동성애자의 숫자는 우연한 돌연변이에 의해 자연발생적으로 나타날 확률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미국에는 1500만명의 동성애자가 존재하고 있다. 이 숫자는 우리가 알고있는 다양한 유전병 환자의 일반적인 빈도수에 비해 지나치게 높다. 즉 상당히 많은 동성애자는 유전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 아닌 사회적 요인에 의해 결정된 것이다. 이 뻔한 사실을 진보적 지식인들이 애써 외면하고 있다. 물론 동성애를 살인, 도적질, 약탈 등의 나쁜 범죄처럼 취급해서는 안된다는데 나도 동의한다. 그렇다고 동성애를 사회적으로 별 문제없이 허용해야 한다는 사회적 기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한 사회적 분위기가 미국과 같이 지나치게 많은 수의 동성애자 출현이라는 사회 현상을 낳게 한 것이다. 동성애자가 되게 하는 사회적 요인이 뭐냐라는 질문은 내게 던지기 말아주기를 바란다. 난 생물학자이지 사회학자가 아니니 그 질문에 대한 해답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다만 생물학적으로 성(sex)은 자손을 낳기 위한 생물 개체들간의 고귀한 의식(ritual)이란 것은 안다. 그 목적을 무시한 어떤 사회적 주장도 공허할 뿐이다. 동성애자의 비율을 생물학적 가능치로 줄이기 위한 사회적 노력이 필요한 이유이다.

내가 대학을 다니던 80년대 대학가의 분위기를 전하는 것으로 글을 마무리하려 한다. 군부 독재하의 비이성적 폭력이 캠퍼스를 장악하던 암울한 시대에 대학생들에게 여성인권은 민주화 못지않게 중요한 사회적 이슈였다. 여성인권에 관한한 우리나라만 그랬던 것이 아니고 전세계적인 풍조이기도 했다. 버스에 승객을 가득 태우고 갑자기 우회전을 하면 승객들은 당연히 왼쪽으로 확 쏠리게 된다. 이러한 쏠림 현상을 최재천교수는 일전에 시계추가 왼쪽과 오른쪽으로 왔다 갔다 하면서 결국 균형을 잡아가는 한 과정이라 설명한 적이 있다.

그랬다. 80년대 여권운동은 지나치게 왼쪽으로 쏠려있어서 심지어 남녀의 성적 차이 자체를 부정하는 글들이 쏟아져 나왔고 정말 그런 것으로 받아들이게 되었다. 일테면 남자 아이는 차, 총, 칼 등의 장난감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들은 인형 등의 장난감을 좋아하는 것은 어른들이 아이들을 그렇게 사회화시켰기 때문이라는 주장이다. 남자아이는 파란색을 좋아하고 여자아이는 빨간색을 좋아하는 것도 우리 어른들이 가지고 있는 선입견이 그렇게 투사되었기 때문이라 주장하였다. 그때는 그 말이 옳은 줄 알았다. 그러나 내가 어른이 되어 아이를 키워보니 남자와 여자아이는 본성적인 차이가 엄연히 존재하는 것을 알게 되었다. 당시 여권운동가들의 주장은 지나친 감이 없지 않아 남자와 여자의 본성적인 차이 자체를 애써 부정하려 했다. 요즘은 미국에서도 이런 엉뚱한 주장을 하는 사람은 없는 것 같다. 남자가 평균적으로 여자보다 크다는 사실을 남자아이들에게 선택적으로 우유를 더 많이 먹여서 그렇다라고 주장하는 어이없는 주장을 이제 거둬들인 것이다. 한번 만들어진 프레임은 우리의 생각을 고착시키고 박제화시켜 프레임 밖에서 생각하기가 말처럼 쉽지 않다. 과학의 영역에서 패러다임을 깨기가 쉽지 않은 것과 같다 하겠다.

볼리비아의 여성 국방장관, 아르헨티나의 여성 국방장관, 이들은 내 보기에 조금 우습다. 약간 흉을 본다면 그 나라에는 그토록 잘난 남자들이 없나라는 생각이 든다. 우리 인류는 오랜 옛날부터 남성은 사냥과 전쟁을 하고 여성은 집안에서 농업과 가사를 돌보는 일을 해왔다. 즉 우리 인류는 그렇게 진화해왔기 때문에 사냥과 전쟁에는 남성이 더 우월한 유전자를 가지고 있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합리적이다.

2011년 5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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