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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공이 많으면 배가 바다로 간다, 더 빨리!

이일하l 2011-03-29l 조회수 454

사공이 많으면 배가 바다로 간다, 더 빨리!                                        Grade E

어린 시절 가장 재미있는 놀이중 하나가 개미관찰이었던 것 같다. 공연히 개미집을 파헤쳐보기도 하고 행군중인 개미 열의 가운데를 작대기로 헤집어서 행열을 교란시켜 보기도 하고. 개구쟁이 어린이에게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역시 개미군집 간의 전쟁이었을 것이다. 무수히 많은 개미떼들이 뒤엉켜서 싸우는 장면은 삼국지의 한 장면을 연상케하고 남는다. 그 개미떼들을 바라보면서 저 쪼그만 개미들이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전쟁을 치르고 있는 걸까, 과연 전쟁의 지휘자는 있는걸까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미국 하버드대학의 생물학과 교수 Edward Wilson 박사는 개미떼들의 집단행동을 초자아(Superego)에 의해 조종되는 개체들의 행동으로 파악하였다. 그에 따르면 개미 개체 한 마리 한 마리는 사실상 일반적인 동물의 세포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개미의 독특한 유전적 특성 때문에 따로 분리된 개체가 실은 하나의 커다란 초자아를 이루는 구성단위라는 설명인데 이에 따르면 개미떼간의 전쟁을 누가 지휘할까라는 물음에 대한 답은 비교적 간단하다. 초자아의 일부로서 각자 알아서 제 할 일을 하는 것이다. 수 조개로 이루어진 내 몸의 세포들이 내 명령없이 제각각 알아서 하듯이.

그렇다면 초여름 해질 무렵 논 뚝 주변에서 무리를 지어 날아다니는 하루살이들의 군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군집을 이루지도 않고 초자아를 형성할 유전적 배경도 갖지 않은 하루살이의 경우 어떻게 다음 비행방향을 결정하는 걸까? 누군가 지휘자가 있을까? 이보다 더 장엄한 광경을 겨울철 철새도래지에서 볼 수 있다. 천수만 방조제에서는 매년 겨울이면 거창오리 수십만 마리가 몰려와서 아름다운 군무를 선보인다. 한꺼번에 날아올랐다가 한꺼번에 내려앉는 이들의 모습은 가히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육지뿐만 아니라 바다에서도 이러한 무리들의 집단 움직임을 볼 수 있다. 바다속 작은 물고기떼들의 이동을 보면 마치 잘 조직된 군대의 행진을 보고있는 듯하다. 순간적인 움직임에서 오는 빠른 방향전환에도 불구하고 무리의 전체 틀은 전혀 흐트러짐이 없다. 커다란 하나의 초자아가 이동하고 있는 듯 착각하게 된다. 이와같이 떼를 지어 다니는 동물들의 방향전환은 어떻게 결정되는걸까? 마치 지도자가 있는 듯 보이는 이들의 행동이 기실은 지극히 민주적 방식으로 결정된다고 한다. 특별히 뛰어난 개체나 지휘자가 없이 모든 개체가 외부의 정보를 받아들이고 이를 전체 무리에게 전달하여 무리의 다음 행동이 결정되는 방식이다. 더구나 이러한 민주적 방식은 판단을 내리는 속도 또한 더 빠르다고 한다.

물고기 떼들의 집단행동에 대한 최근 연구 결과 내려진 결론인데, 이 결과에 의하면 물고기 떼의 크기가 크면 클수록 포식자의 공격을 보다 잘 인식하게 된다고 한다. 포식자에 대한 정보는 개체 수가 많을수록 보다 정확해질 것이 자명하다. 군중의 지혜라고 할까! 판단을 하는 개체의 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더 현명한 판단을 할 수 있게 된다는 원리이다. 그러나 주변 환경에 대한 정보를 모으는 과정에서 정보가 많아질수록, 즉 정보를 모으는 개체 수가 많아질수록, 판단은 반대로 느리게 일어나지 않을까?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는 우리 말 속담에 따라 판단을 내리는 개체의 수가 많아지면 혼란이 일어나고 따라서 옳은 판단을 내리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 그러나 실제 실험 결과 개체 수가 많을수록 판단이 정확해질 뿐만 아니라 판단 속도도 더 빨라진다고 한다. 왜일까? ‘Self-organized system'의 특징이자 장점이라고 하는데 바람직한 사회를 운영하는 좋은 교훈인 듯하다. 우리가 민주사회를 추구하는 이유를 생물의 세계에서 발견한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바다로 나아간다. 그것도 더 빨리! 다소 어수선하고 혼란스러운 것 같지만 개개인의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는 민주사회가 훨씬 효율적이며 올바른 판단을 내리게 한다.

Reference Nature (2011) Vo.l 471; 40-41. When it pays to share decisions.

2011년 3월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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