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our in Biology

인문사회계 생물학 시험 결과 소감

이일하l 2010-10-16l 조회수 149

인문 사회계 생물학 1차 시험 정리                                        Grade E

1. 이번 시험 결과는 만족스럽다. 강의 끝날 때쯤 학생들의 반응이 오묘해서 실패했나 생각했는데 결과는 상당히 만족스럽게 나온 편이다. 평균 점수가 70점이고 대체로 평균 점수 근처에 대부분의 학생들이 몰려있는 것을 보면, 이번 시험이 평가를 하기 위한 목적이 아니라 학생들의 학업성취 정도를 판단하는 것이 목적이라 매우 흡족하다고 하겠다.

2. 2명의 학생이 90점 이상이고 한 명의 학생이 아슬아슬하게 89점인 점 또한 만족스럽다. 이들은 본 강의를 통해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이 제대로 잡힌 것으로 판단된다.

3. 강의를 통해 가장 중점을 두고 이해시키려 한 것은 ‘창발성’이라는 특성이다. 단순한 물질들의 조합으로 빚어지는 생명체의 오묘한 특성, 그것은 생기(vital force)라는 영적 능력의 투입 없이도 창발성으로 충분히 설명할 수 있음을 본 강의를 통해 이해시키려 한 것이다. 불행히도 그런 관점에서 본 강의는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다. 창발성을 묻는 22번 문제를 39명의 학생 중 10명만이 정답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1/4 정도만이 생명체 신비(?)의 본질을 이해했다는 것이다. 어느 학생은 답을 맞추지 못해서 미안하다는 말을 답지에 남겨 놓았는데, 내가 그것을 설명하기 위해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아는 기특한 학생이다.

4. 14번 문제 막단백질의 바깥 쪽에 위치한 아미노산은 무엇일까 하는 문제는 거의 대부분의 학생이 틀렸다. 사실 이 문제를 출제할 때 우리 학생들이 제대로 풀기를 기대했다기보다 틀림을 통해서 한번쯤 왜 그럴까 생각해 보기를 바랬다. 이 문제는 13번 (물 속의 오일)과 같은 문제이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아미노산 구조를 그리는 숙제를 제대로 했어야 하고, 막 속에 묻힌 단백질이 어떻게 그 속에 묻혀 있을까를 이해해야 한다. 막단백질의 바깥 표면은 지질이중막의 지방산과 닿는 부위이다. 즉 막단백질 바깥 표면은 소수성을 가져야 서로 어울릴 수 있다. 따라서 소수성을 가진 아미노산이 답이 되는데 다섯가지 예시 중에는 발린이 소수성 아미노산이다. 이 문제를 두 명의 학생이 맞추었는데 한 명은 알고 맞춘 것인 지 행운으로 맞춘 것인 지 알 수가 없고, 한 명의 학생은 친절하게 아래에 설명을 달아놓아 알고 맞춘 학생임을 파악했다. 답을 알고 맞춘 학생은 시간나면 내 연구실로 찾아와라. 점심 맛있는 것 사줄게.

5. 생물과 화학을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학생들에게 생물학을 설명하기 위해서는 비유와 비교가 필연적이다. 진핵세포의 두께나 세포막의 두께는 비교를 통해 학생들이 생물을 이해하기를 바랬기 때문에 출제한 문제이다. 반면 세포호흡 과정에서 전자를 받아 호흡연쇄에 전자를 내려놓는 NADH의 역할이나 전자전달연쇄를 통해 전자가 돌아가는 과정에서 에너지가 발생하는 것을 폭포수와 연관 시켜 설명한 것은 비유의 좋은 예이다.

6. 31번 문제는 내가 요즘 재미있게 읽고 있는 다윈 진화론의 사회적, 정치적, 문화적 함의에 관한 책에서 발췌한 내용이다. 책 제목은 저자들의 명예에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밝히지 않겠다. 이 문제는 두 가지를 시사한다.

첫째, 이 문제는 게놈, 유전자, DNA의 개념을 학생들이 이해했는지를 묻는 문제이다. 이에 대한 설명은 수업 시간을 통해 내가 세 번쯤 설명했고, 두 번째 강의를 맡은 백성희 교수가 다시 한번 더 설명했다고 한다. 여전히 우리 학생들이 이 용어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만큼 이 개념을 문과생들이 이해하기가 쉽지 않음을 보여주고 있고, 이것이 내가 이 문제를 출제한 의도이기도 하다. 본 지문에서 화자가 게놈과 유전자의 개념을 잘못 이해하고 설명하고 있기 때문이다. 진화론에 상당한 학식이 있고 자연과학적 배경 지식을 갖춘 분이 이런 실수를 하고 있기 때문에 우리 학생들에게 반면교사가 될 것이라 판단했다. 이제 아래에 다시한번 더 개념을 정리해본다.

게놈; 한 생물체가 가지고 있는 유전정보의 총량, 인간의 경우 30억 염기쌍의 서열 정보가 게놈이다. 대부분의 동식물은 2배체이므로, 즉 동일한 유전정보를 항상 쌍으로 가지고 있으므로, 반수체의 유전정보와 성염색체(X, Y 염색체)의 정보를 합한 값이 된다.

유전자; 유전자란 하나의 단백질을 합성하는 데 필요한 정보를 말한다. 사람은 3만 개 정도의 유전자를 가진다라고 하는데 이 의미는 3만개 정도의 단백질을 생성하는데 필요한 유전 정보를 가지고 있다는 의미이다. 유전자는 하나의 기다란 사슬로 이루어진 DNA 나선에서 듬성듬성 나타난다. 그 얘기는 유전자와 유전자 사이에 역시 DNA 사슬로 이루어진 유전자가 아닌 부분이 있음을 의미한다.

DNA; DNA는 유전자의 생화학적 본질을 의미한다. 유전자는 DNA 사슬의 형태를 띄고 있다.

둘째, 이 문제는 상당히 해박한 지식인도 경우에 따라서 잘못된 얘기를 너무나 멀쩡히 한다는 사례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과학적 지식의 경우 이런 오류는 너무나 뚜렷이 드러나기 때문에 듣고 있는 사람을 당황하게 만든다. 최근에 읽은 과학 관련 서적에서도 이런 오류를 발견한 적이 있다. 대단한 석학이라 알려진 분이라 이런 오류는 더더욱 치명적이다. 이 사례에서 두 가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첫째, 활자화된 내용이 갖는 권위에 대해 부정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학생 시절에는 활자화된 컨텐츠는 그것이 무엇이던 간에 믿는 경향이 있다.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둘째, 우리 사회의 리더가 되려면 생물학적 지식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회, 문화, 역사를 제대로 이해하고 설명하기 위해서는 생물학적 지식을 필수로 갖추어야 한다는 사실을 명쾌하게 보여주는 사례이다.

2010년 10월 16일

댓글 (0개 )

  • 이름
  • 비밀번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