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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공세포의 제조 후기

이일하l 2010-07-14l 조회수 292

인공세포의 제조, 후기                                        Grade B

Craig Venter 연구소에서 인공세포를 제조하기 위해 들어간 연구비용은 얼마나 되었을까? 또 얼마나 많은 연구진들이 땀을 흘려야 했을까? 이런 의문은 일반인들이 가장 궁금해하는 의문이기도 하고 신문기자들이 뉴스거리를 가공하는 상투적인 방법이기도 하다.

Science 紙(Vol 328, p958)에 의하면 총 연구비용은 4천만불이며, 20명의 연구진이 십년동안 애를 써서 얻은 결과라고 한다. 인공세포가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따라가 보자.

본 연구진은 생명의 기계론적 해석과 생기론 사이의 논쟁에 종지부를 찍기 위해 인공세포를 제조하는 대신 인공게놈을 제조하는 비교적 쉬운 방법을 택했다. 인공세포를 제조하는 것이 불가능하지야 않겠지만 현재의 과학기술로 대단히 어려운 일임에는 틀림이 없고, 생명체의 본질이라 할 게놈(유전체)의 제조를 통해 생명력을 만들어 낼 수만 있다면 물질의 합성을 통해 생명체를 창조해내는 일이 가능함을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를 위해 제일 먼저 필요한 실험이 박테리아가 가지고 있던 게놈을 제거하고 다른 게놈을 집어넣을 수 있는 방법을 고안하는 것이었다. 물론 이때 사용될 박테리아의 게놈은 단순할수록 좋다. 게놈의 합성은 그 크기가 크면 클수록 어려워질 테니까. 따라서 게놈이 가장 간단한 박테리아를 선발하는 작업이 이루어졌다. 그 결과 게놈이 6십만 염기쌍으로 이루어져있는 가장 간단한 미생물 Mycoplasma genitalium을 1995년 찾아내어 염기서열을 해독하게 되었다.

다음 단계로 M. genitalium의 염색체를 꺼집어내서 동종의 다른 박테리아에 이식하는 데 성공하였고(Science, 2007년 8월 3일자, p632), 효모균을 이용하여 인공염색체를 합성, 조립하는 일도 성공하였다(Science, 2008년 2월 29일자, p1215). 이제 남은 일은 인공염색체를 제조하여 박테리아에 집어넣는 일만 남았다.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M. genitalium은 세포분열을 한번 하는데 수주씩 걸릴 정도로 너무나 천천히 증식하여 실험을 더디게 만든 것이다. 이에 같은 Mycoplasma 중에서 증식이 비교적 빠른 다른 박테리아 M. mycoides를 선택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 경우 게놈의 크기가 약 1백십만 염기쌍 정도 되어 인공게놈 제조에 조금 더 비용과 시간이 들게 되는 단점이 있다.

어쨌든 본 연구진은 M. mycoides의 인공게놈을 합성하여 이를 M. capricolum의 본체에 이식하는 실험을 디자인하게 된다. 우선 M. mycoides의 인공게놈 합성을 위하여 전체 게놈 1백십만 염기쌍을 1080 염기쌍 단위로 쪼개어 서로 다른 회사에 합성을 의뢰하였다. 이때 수 천개의 DNA primer 합성 회사가 동원된다. 주문한 1080 염기쌍의 DNA에는 양 끝에 80 염기쌍이 이웃한 DNA와 동일하게 되도록 디자인되어 있다.  그렇게 함으로써 인접한 두 DNA 조각을 서로 연결시킬 수 있게 한 것이다. 이 80쌍의 염기쌍은 인공염색체와 자연염색체를 구분할 수 있게 하는 표지 역할도 하게 된다. 이런 방식으로 이어붙인 DNA는 길이가 커지게 되면 조립을 위해 효모를 활용할 수밖에 없다. 엄청난 길이의 DNA를 이어 붙이기 위해서는 생명체의 도움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궁극적으로 제조된 인공염색체는 게놈을 제거한 M. capricolum의 본체에 이식을 해서 넣게 된다.

인공염색체에는 이를 확인하게 하는 표지 염기쌍뿐만 아니라 인공염색체의 기능을 재빨리 확인할 수 있도록 파란색으로 염색이 되게 하는 유전자를 집어넣었다. 이외에도 과학자들의 익살을 보여주는 다른 정보도 집어넣었는데, 연구에 참여한 과학자들의 이름과 이메일 주소를 넣기도 하였고, 선각자들이 남긴 유명한 명언들을 넣기도 하였다.

모든 실험이 그렇듯이 이 실험도 단번에 성공하지는 않았다. M. genitalium에서 M. mycoides로 중간에 바꾼 것도 그렇지만 더 극적인 상황은 인공게놈에 에러가 발생하여 첫 실험에서 박테리아가 살아나지 못한 해프닝이 벌어진 것이다. 첫 실험에서 실패한 뒤 연구진은 무엇이 잘못되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인공게놈의 DNA 조각 하나 하나를 일일이 확인하는 실험을 수행해야 했으며, 결국 세포분열에 관여하는 유전자의 염기서열에 에러가 발생했다는 사실을 발견하게 된다. 이 유전자의 염기서열을 제대로 잡은 뒤 수행한 실험에서 박테리아는 파란색 콜로니를 형성하면서 무럭무럭 자라게 되었다. 결과를 전해들은 Venter 박사는 캠코더를 들고 부산하게 쫒아가서 그 역사적 순간을 직접 촬영해 두었다고 한다. 갈릴레오, 코페르니쿠스, 뉴턴, 다윈, 아인스타윈의 업적과 어깨를 나란히 할 과학사의 엄청난 업적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2010년 7월 14일

Reference
Synthetic genome brings new life to bacterium (2010) Science Vol.328; p958-959.
Synthetic genome resets biotech goals (2010) Nature Vol. 465; p406.
Life after the synthetic cell (2010) Nature Vol. 465; 422-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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