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뉴스데스크: 열대나방 털파리 하루살이‥기후위기로 일상화된 곤충의 습격

2023-06-16l 조회수 1154



[뉴스데스크]
◀ 앵커 ▶

지난해 여름, 서울 서북부에 이른바 '러브 버그'라는 혹파리떼가 출현해 주민들이 피해를 호소했었죠.

어디서 왔나 했더니, 주로 일본 오키나와에서 서식하는 종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최근 들어 각종 곤충들이 떼 지어 몰려드는 현상이 흔한데요.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지 류현준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 리포트 ▶

해풍을 맞으며 자란 옥수수가 알알이 여물고 있습니다.

가까이 살펴보니, 어린나무의 잎마다 벌레 먹은 흔적이 보입니다.

속잎을 열어봤더니 노르스름한 배설물 사이로 애벌레 한 마리가 모습을 드러냅니다.

열대거세미나방의 유충으로, 옥수수를 비롯한 거의 모든 식물에 큰 피해를 입힙니다.

[남상회/고성군 농업기술센터]
"새 잎이 나올 걸 다 갉아 먹어버렸으니까 옥수수가 더 크지를 못하겠죠. 결국은 이제 수확을 할 수가 없다는 게 됩니다."

아메리카 대륙이 원산지인 열대거세미나방은 대서양을 건너 지난 2016년부터 아프리카를 덮쳤습니다.

수천만 명이 주식으로 먹을 수 있는 옥수수 1천770만 톤이 매년 사라졌고 피해는 식량 위기로 번지고 있습니다.

나방은 2년 뒤 인도를 거쳐 2019년에 중국과 한국으로 들어왔고, 다시 2년 뒤에는 오세아니아까지 사실상 지구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한국에는 봄철마다 중국에서 수백km를 날아와 주로 서남해 지역 농가에 피해를 입힙니다.

가장 먼저 상륙하는 곳은 제주도.

이처럼 옥수수 한 그루에서 유충이 먹은 흔적이 발견되면요.

주변 아홉 그루 정도에는 같은 알 덩어리에서 깨어난 유충이 퍼져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올해는 작년보다 한 달여 빠른 4월 중순부터 성충이 발견됐고 남해안 지역까지 번지면서 주의보까지 발령됐습니다.

[김성원/농민]
"저희가 특별히 할 수 있는 게 없어요. 뭐 벽을 세울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기후위기의 영향이 더욱 뚜렷해진 겁니다.

[김동순/제주대학교 곤충생태학연구실 교수]
"기후 변화에 의해서 날씨가 따뜻해지니까 북상하는 속도가 빨라졌다는 거예요. 일시적인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지속적으로 일상적인 해충이 될 가능성이 큽니다."

지난해 서울 서북부 지역에 대량 발생해 민원이 빗발쳤던 일명 '러브 버그'.

서울대 연구팀이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와 중국 남부에 주로 서식하는 '붉은등우단털파리'란 사실을 처음 밝혀냈습니다.

열대지방 곤충이 서울에서 대량 발생한 것은 기후변화 영향이 큰데, 올해도 지난달 애벌레가 발견됐습니다.

[신승관/서울대 생명과학부 교수]
"동면을 하다가 얼어 죽는 정도의 온도가 됐었다고 하면은 그 정도의 온도가 되지 않을 때 그런 생물들이 살아남을 수가 있죠. 그래서 기후 온난화의 영향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봄부터 이상 고온이 나타나면서 하루살이도 한 달가량 이른 4월부터 곳곳에서 대량 발생했습니다.

저녁 산책을 나온 시민들이 연신 손을 휘저으며 서둘러 지나가고.

[정은순/경기도 남양주시]
"사람이 돌아다닐 때 막 돌아서 도망가고, 집에 들어가면 꼭 (하루살이가) 있죠."

불을 켜놓은 매장에는 예외 없이 하루살이 떼가 달려듭니다.

[박명옥/카페 사장]
"벌레들이 너무 많이 달려드니까 불들을 끄고 장사하는데, 장사가 안 되니까 다들 이제 문 빨리 닫고 가는 거죠."

부쩍 늘어난 곤충의 습격, 피해를 막기 위해 주로 살충제에 의존하고 있지만, 과도한 화학적 방제는 생태계 교란이란 역효과가 뒤따릅니다.

[박선재/국립생물자원관 기후환경생물연구과 연구관]
"(화학적 방제로) 천적이 될 수도 있고 그런 종류들도 같이 죽일 수가 있거든요. 당장은 뭔가 해결책을 제시해 준 것 같지만 얘네들 생태계의 교란 때문에 (위험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우선 방제해야 할 해충인지를 가려낸 뒤 곤충을 유인해 제거하는 퇴치기나 천적인 동물을 이용하는 등 환경을 고려한 방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입니다.

MBC뉴스 류현준입니다.

영상취재 : 고헌주, 손지윤, 이준하 / 영상편집 : 임주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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