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lha Leel 2024-01-08l 조회수 244
세포에서 발견되는 2080 파레토의 법칙
‘2080 파레토의 법칙'은 18세기 이탈리아 경제학자 Vilfredo Pareto가 개미의 집단생활을 관찰하면서 얻게된 경제법칙이다. 말하자면 개미의 집단생활을 관찰하던 중 발견한 불평등 노동에서 비롯된 용어(20/80)인데, 이것이 경제학의 기본 원리라는 것이 후에 널리 알려지게 된다.
개미 군집을 관찰해보면 전체 개미의 대략 20%는 열심히 일을 하고 있고, 80%는 멀뚱멀뚱 하릴없이 시간을 보내고 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열심히 일하던 개미 20%만 남겨놓으면 작업이 훨씬 효율적으로 진행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이들 중의 80%는 다시 멀뚱멀뚱 일하지 않고 쉬고 있다는 것이다. 즉 개미 군집에서는 항상 20%는 일을 하고 80%는 놀고 먹는다는 얘기이다. 이게 개미만 그런 것이 아니고 사회성 동물들 모두, 말하자면 일벌도 20/80 법칙에 따라 집단의 20%만 일을 하고 있고, 인간 사회도 가만히 들여다 보면 대략 20%의 인간만 노동을 하고 나머지 80%는 유한 계급이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발견 이후 파레토의 법칙은 거의 대부분의 경제 현상을 설명하는데 사용된다. 예를 들면 전체 부의 80%는 상위 20%의 사람이 소유하고 있고, 백화점 전체 매출의 80%는 고객 20%가 올려주고 있고, 기업체 이익의 80%는 그 기업체의 20% 항목이 올리고 있고 등등... 심지어 업무 성과의 80%는 집중적으로 일하는 20%의 시간에서 이루어진다는 데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러한 규칙이 왜 생기는지 경제학자들은 그 해답을 알고 있는지 모르겠다.
놀랍게도 2080 파레토 법칙은 생물학의 핵심 원리인 central dogma에서도 발견된다. 2011년 발표된 Nature 논문에서는 전사(transcription)와 번역(translation) 과정의 속도와 효율성 등을 실험적으로 측정하여 발표하였다. 이 논문의 핵심은 생물체에서 기능을 제공하는 분자 ‘단백질’의 양은 놀랍게도 전사체(mRNA)의 양에 의해 주로 결정된다는 것이다. 이 결과는 생물학 연구자들에게만 놀라운 일일 수도 있겠다. 말하자면 일반인 입장에서는 central dogma를 구성하는 전사, 번역 과정이 당연히 최종적인 단백질 양을 결정하는 것이지, 그럼 다른 뾰족한 게 있겠냐라고 반문할 수밖에 없는 결론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물학자들 입장에서는 이런 뻔한 결과 말고 다른 방식의 조절-일테면 전사체(mRNA)나 단백질의 분해 속도에 의한 조절 등-에 의해 기능에 변화가 일어나는 것을 발견해야 좋은 논문, 혹은 주목받는 논문을 발표할 수 있었다. 따라서 이런 발견을 중요한 발견으로 생각하고 있고, 이런 현상들을 주로 논문으로 접하기 때문에 생물학자들의 사고는 약간 편향되어 있다. 덕분에 이 논문처럼 당연한 결과가 매우 중요한 발견이 되는 모순적 상황에 빠진 것이다.
이제 이 논문에서 설명하는 2080 법칙으로 돌아가 보자. 이 논문에서는 세포가 사용하는 에너지의 90%는 번역 과정에 사용되고, 10%만 전사 과정에 사용된다고 설명한다. 그런데 이때 번역 과정에 들어가는 에너지의 80%는 20%의 단백질 생산을 위해 사용된다는 것이다. 놀랍지 않은가! 어쩌면 생물들이 보여주는 불평등 노동의 생물학적 근거가, 더 나아가 인간들이 보여주는 경제법칙의 생물학적 근거가 생물학의 가장 기본이 되는 central dogma에서 찾아지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혹은 이것도 물리학의 지배를 받는 하나의 자연법칙이 아닐까? 그렇다면 이 문제는 자못 진지한 자연과학의 연구 대상이 될 것이다.
Reference; Nature (2011) Vol. 473, 337-3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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