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메바의 성생활

이일하l 2011-01-28l 조회수 506

아메바의 성생활                                        Grade E

성은 왜 생겼을까? 이 질문에 대한 교과서적 대답은 ‘유전적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함이다. 유전적 다양성이 왜 필요할까? 다양한 환경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함일 것이다. 동적 평형상태를 이루기 위해 자연환경은 끊임없이 변화하고 있고, 어떻게 바뀔지 예측하기도 현재 과학기술로는 불가능하다. 환경의 미세한 변화에 보다 잘 적응하기 위해서는 개체가 다양한 유전자원을 확보하고 있어야 한다. 유성생식이 아니라 무성생식만으로 개체 수가 증가한다면 곧 그 개체군내에 유전집단은 동일해질 테고 급격한 환경변화가 왔을 때 모든 개체군들이 한꺼번에 멸절되는 상황을 피할 길 없다. 이 때문에 성을 통한 유전자원의 shuffling이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그런데 왜 미생물은 여전히 고집스럽게 무성생식을 고수하고 있는데 고등 동식물만 유성생식을 하게 되었을까? 이 질문에 대한 기막힌 해답이 병원균에 대한 고등 동식물의 생물학적 대응이라는 설명이다. 즉 미생물 병원균은 세대 간의 간격이 매우 짧기 때문에-대장균의 경우 20분에 한번씩 세포분열을 한다- 진화적으로 매우 빨리 변할 수 있다. 반면 고등 동식물은 대개 수십년 정도의 세대 기간을 가진다. 이들의 진화 속도는 미생물 병원균의 진화속도를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고 따라서 공진화 과정에서 숙주는 병원균에게 압도되는 순간이 오게 된다. 그러면 멸절될 것이다. 이런 진화 속도의 밸런스를 맞춰줄 수 있는 것이 유성생식을 통환 유전자의 shuffling이다. 이러한 유전적 shuffling에는 정자와 난자와 같은 배우체를 생산할 때의 상동 염색체 무작위 배분, 교차를 통한 할머니와 할아버지의 염색체 패섞기, 정자와 난자의 재결합 과정의 유전자 뒤섞임 등이 있다. 이 과정에서 전 인류를 통틀어 수만세대를 거치면서도 단 한번도 나와 같은 유전적 조성을 가진  인간이 태어나지 않게 되는 것이다. 이 얼마나 놀라운 유전적 다양성인가!

그렇다면 유성생식은 어떻게 진화해 왔을까? 이에 대한 답을 우리는 유성생식을 하는 원시 미생물에서 찾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답을 얻기는 쉽지 않겠지만 최근 아메바의 유성생식에 대한 분자 메커니즘이 발표되어 흥미를 끌고 있다. 아메바는 세 개의 성-mating type I, II, III-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물론 I은 II 혹은 III과 만나야 짝짓기를 할 수 있다. 두 세포간의 짝짓기가 이루어지면 가운데 짝짓기를 성공한 세포가 macrocyte를 형성하고 주변에 cAMP라는 signal 분자를 분비한다. 그러면 이 macrocyte주위로 많은 아메바가 모여들게 되고 이들을 macrocyte가 식세포 작용을 통해 먹어 치우면서 무려 500-1000배 정도 큰 거대세포가 만들어진단다. 이때의 sex도 각 아메바 세포들에게 ecstasy를 줄까 궁금하다. 먹어치움을 당하는 아메바들은 왜 이렇게 희생을 당하게 되면서도 협조할까? 교미가 끝난 뒤에 자신의 몸을 내어주는 사마귀 수컷의 비애가 여기서 비롯되었을까?

아메바의 성을 결정하는, 즉 I, II, III type을 결정하는 유전 인자가 밝혀졌다. Type I을 결정하는 유전자는 matA 유전자이고, type II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같은 유전자좌 상의, 즉 같은 염색체 부위의 matB, C, D 유전자이며, type III를 결정하는 유전자는 matC, D와 구조적으로 유사한 matS, matT라고 한다. 유전자 matB는 유전자 matA와 비슷하다. 반면 matA, C, D 간의 유사성은 전혀 없고, 모든 유전자들이 소위 말하는 unknown protein 이라고 한다. Unknown protein이란 기왕에 유전자 database 상에 존재하는 어떤 유전자와도 비슷하지 않은 경우를 말한다. 즉 분자 성질을 유추할게 별로 없다는 얘기다. 때문에 아직 이들 유전자 산물들이 어떤 기능을 수행하는지 모른다. 이들의 기능에 대한 연구를 통해 아메바의 유성생식 메커니즘을 이해하면 성이 어떻게 진화해왔는지 알게 되지 않을까!

Reference Science (2010) Vo.l 330; 1487-1488. Sex and sacrifice

2011년 1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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