밈(meme)의 진화, 정보도 진화한다
밈(Meme)의 진화, 정보도 진화한다 Grade E
이기적 유전자의 저자 리차드 도킨스는 ‘자연선택설’을 일컬어 놀라울 정도로 간단명료한 자연에 대한 설명이라 단정한다. 진화에 대한 설명으로 내놓은 자연선택설을 간단히 소개하면 ‘자원은 한정되어 있고, 생물 개체군은 그 자원으로 유지 가능한 수보다 항상 많은 수의 자손을 낳기 때문에, 생존을 위한 경쟁은 피할 수 없는 과정이며, 이 과정에서 현재의 자연환경에 가장 적합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 자손이 자연에 의해 선택된다’라는 개념이다. 이때 자원은 단순히 음식이나 물과 같은 재화만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며 햇빛, 협동능력, 짝짓기 기회 등 다양한 유·무형의 것을 포함하는 상당히 복잡한 개념이다. 이러한 자연선택이 성립하기 위해서는 개체군내에 유전적 변이가 존재해야 한다. 즉 선택될 수 있는 것이 존재해야 자연선택에 의한 진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모두가 똑같다면 선택될 수 있는 것이 애초에 없게 된다.
생물 진화에 있어서 선택의 대상은 유전적 변이의 형태로 나타난다. 개체군내에 다양한 유전적 변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이들 중 환경에 적합한 유전적 형질이 선택될 수 있는 것이다. 유전적 변이는 애초에 어떻게 존재할까? 지구상 최초의 세포 하나를 생각해보자. 우리가 모든 생물이 공통 조상에서 출발했다는 가정을 받아들인다면, 그리고 모든 세포는 이미 존재하는 세포에서 유래한다는 세포이론을 받아들인다면 어떻게 유전적 변이가 가능하지? 현재 받아들여지는 두 가지 유전적 변이의 원천은 물리·화학적 돌연변이원(자외선, 발암물질 등)과 DNA 염기의 tautomeric shift에 의한 돌연변이이다. 이들 돌연변이가 축적되면서 DNA 염기서열상의 변화가 일어나는 것이다. 유전자(gene)의 변이는 물리, 화학적인 동력으로 설명할 수 있으며, 이들이 축적되어 유전적 변이가 나타나면 선택될 수 있는 대상이 마련되는 것이다. 여기서는 유전자의 변이를 설명하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도대체 왜 돌연변이가 있어야 되는 지’에 대한 자연과학적, 철학적 고찰은 다음의 기회로 미루고 ‘문화적인 아이디어 혹은 개념의 단위’인 밈(meme)의 진화에 대해 설명해보자.
밈(meme)은 도킨스 교수가 이기적 유전자(Selfish 다윈이 멘델의 논문을 가지고 있었다’라는 밈의 진화를 간단히 설명하면, 다윈이 식물학자 포케의 ‘식물의 변종’이라는 논문을 미개봉한 채로 가지고 있었고, 이 논문에 멘델에 대한 아주 짧은 언급이 있었다. 그런데 이 사실이 변이 과정을 거치면서 ‘다윈이 멘델의 논문을 미개봉인 채로 가지고 있었다’에서 ‘멘델의 논문에 밑줄까지 그어져 있었다’라는 형태로 진화하게 된다. 더불어 나는 ‘다윈이 수학 기초가 약해 그 내용을 이해하지 못했다’로 진화시켰으니 세월이 지나가면 이 밈이 어떤 형태로까지 진화될지 자못 궁금하다. 참고로 도킨스에 따르면 다윈이 멘델의 논문을 읽었으면 그 내용을 금방 이해할 수 있는 실험적 경험을 가지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내가 학생들에게 전한 밈은 도대체 어디에서 왔을까? 그걸 찾기 위해 내가 읽어본 생물학 교과서는 죄다 뒤져 보았지만 찾지 못했다. 그 밈이 실려 있는 일반생물학 교과서의 한 쪽 면이 마치 사진 속 그림처럼 내 기억 속에 잡혀있는데도 말이다. 내가 창작이라도 한 것이란 말인가? 인류의 기원을 설명한 이전 글에도 밈의 사례가 나타난다. 미토콘드리아 이브의 기원이 아프리카 산족이라는 왓슨의 설명을 듣고 아담의 Y도 산족이라고 믿어 버린 것이다. 이후 이를 문헌에서 확인하는 과정에서 어디에도 Y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산족까지 추적했다는 기록을 찾을 수가 없다. 이 부분은 온전히 내 창작의 결과물이다. 밈의 변이와 진화는 묘한 방식으로 진행된다. 기억의 불완전성을 통해서....
2010. 10.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