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포속의 세포, 미토콘드리아가 들려주는 우리 이야기

이일하l 2010-09-30l 조회수 1393

미토콘드리아, 인류 기원의 실마리를 제공하다                                        Grade E

우리 몸을 구성하는 세포 속을 들여다보면 다양한 형태들의 존재를 발견하게 된다. 가장 크게 눈에 띄는 것은 DNA 유전정보를 가진 핵이지만 이외에도 다양한 형태가 나타난다. 오늘은 이중 특징적인 세포소기구, 미토콘드리아에 대해 얘기해 보고자 한다. 일반생물학 수업 도중 ‘세포 안에 DNA를 가진 세포소기구가 또 있습니까’라는 질문이 나왔다. 아마 어딘가에서 비슷한 얘기를 들어본 학생의 질문이었으리라.

세포 안에는 DNA를 가진 세포소기구가 또 있다. 하나는 미토콘드리아이고 또 하나는 식물에서 발견되는 엽록체이다. 이들이 왜 별도의 유전정보를 가지게 되었는지 매우 흥미롭다. 이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세포공생설(endosymbiosis)이 나온다. 세포공생설이란 자신의 유전정보, 즉 게놈을 가진 미토콘드리아와 엽록체는 원래 독립 생명체였는데, 진핵생물에게 잡아먹힌 뒤 그 세포 내부에서 공생하게 되었다라는 이론으로서 진핵생물의 진화를 설명하는 매우 중요한 가설이다. 세포공생설에 대한 다양한 증거는 다음 회에서 다루기로 하고 여기서는 미토콘드리아의 게놈 정보, DNA 염기서열을 이용하여 인류의 기원을 밝힌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UC-Berkeley의 윌슨 교수 연구실에서는 현존하는 인류의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을 분석하여 인류의 기원이 아프리카에서 유래했음을 1987년에 발표하였다. 세계를 깜짝 놀라게 한 이 연구 결과는 어떻게 얻어졌을까? 인류의 기원을 밝히는데 두 가지 생물학적 현상을 활용하게 된다. 첫째는 정자와 난자가 만나 수정을 할 때 정자는 핵만을 제공하고 난자는 핵과 세포질을 포함한 모든 세포소기관을 제공한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세포질 속에 포함된 미토콘드리아는 모계를 따라서 유전되는 독특한 성질을 가지게 된다. 즉 내가 가진 모든 미토콘드리아는 어머니에게서 온 것이다. 이를 따라가다 보면 어머니, 외할머니, 외외할머니.... 궁극적으로 최초의 어머니 이브의 미토콘드리아까지 연결되므로 인류의 기원을 찾을 수 있게 된다. 두 번째 생물학적 현상은 진화과정 상에서 나타나는 DNA의 무작위 돌연변이이다. 미토콘드리아에 축적되는 무작위 돌연변이를 쫒아가다 보면 이브의 미토콘드리아 염기서열을 알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복잡한 이야기를 간단히 설명하면 현존하는 인류의 다양한 인종에서 미토콘드리아 DNA 염기서열을 비교해보면 이브의 미토콘드리아 염기서열에 가장 가까운 염기서열을 가진 인종이 남아프리카 공화국 인접 국가인 보츠와나 산족인 것으로 드러났다.

우리는 인류의 기원을 모계뿐만 아니라 부계를 따라서도 쫒아갈 수 있다. 부계를 따라 유전되는 Y 염색체가 있기 때문이다. 미토콘드리아 이브를 밝혀낸 뒤 10년이 더 흐른 시점에서 Y 염색체의 염기서열을 비교 분석하여 부계를 쫒아간 연구 결과가 공표되었을 때 우리 인류는 또 한번 놀라게 된다. 아담의 Y 또한 인류의 아프리카 기원을 지지하고 있었던 것이다**. 모계의 유전과 부계의 유전이 모두 하나의 지역, 즉 아프리카에서 우리 인류가 기원했음을 알려주고 있다. 이는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과인데 우리 인류가 놀랐던 것은 반신반의했던 아프리카 기원설이 과학적으로 너무나 정확하다는 사실을 확인한데 있다 할 것이다.

2010. 9. 31.

문과생 생물학 수업 도중 못 다한 이야기
이일하

*DNA 염기서열 비교를 통해 기원을 어떻게 찾을까?
이 부분은 설명하다보면 나도 가끔 막힌다. 생물학을 오래 공부해온 학생들도 가끔 어떻게 기원을 밝히지 궁금해 할 것 같아 여기에 첨언한다. 비유를 통해 설명하는 것이 쉬울 것 같다. 인간의 게놈 정보는 결국 A G C T 라는 네 염기로 이루어진 책과 같은 정보이다. 따라서 인쇄술이 발달하기 전 과거에 인간들이 책을 만들어 유포했던 방법을 유추해 보면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예로서 매우 훌륭한 책 한 권이 여러분 앞에 있다고 가정해 보자. 이 책 내용을 전파하고 싶어 몸살이 날 지경이 되면 직접 필사하여 여러 권의 책을 만들지 않을까. 이 책 내용이 매우 방대하다면, 그 의미가 무엇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옮겨 적는 일에만 몰두한다면, 아무리 신경을 날카롭게 곤두세워도 오자가 나는 것은 어쩔 수 없을 것이다. 더구나 그 책이 상형문자로 씌어져 있지 않고 알파벳이나 한글처럼 형성문자로 되어있다면 오자가 부지기수로 나게 될 것이다. 오랜 진화과정을 거치면서 DNA 염기서열 상의 무작위 돌연변이가 일어나는 것과 같은 현상이다.

필사를 통해 책을 전파하는 과정을 쫒아가면, 오자가 여기저기 나게 될 것인데 그 오자들이 어느 지방에서 온 필사본이냐에 따라서 서로 다른 부분에 나타나게 될 것을 쉽게 짐작할 수 있다. 오랜 세월을 거쳐 여러 지역을 돌면서 필사본이 전래되고 새로 제작된다면 종국에는 어느 것이 원본이었는지 알 수 없게 될까? 원본이 무엇이었는지 쫒아가는 작업이 우리 인류의 기원을 찾는 일과 같다. 현재의 필사본을 모두 비교해보면 원본이 무엇이었는지 추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원본에 가장 가까운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필사본이 어느 지역의 것인지 유추하는 것은 그다지 어렵지 않은 일이다. 미토콘드리아 게놈이라는 책자를 이러한 방법으로 비교 분석함으로써 우리 인류의 기원을 찾아낸 것이다.

**이 부분에 착오가 있어 수정했다. Watson 박사의 책 \'DNA: 생명의 비밀\'을 엄밀하게 따지지 않고 그대로 인용하면서 오류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 정확하게는 아프리카 기원을 지지하는 증거라 하는게 맞을 것 같다. 이런 정보의 오류는 돌연변이를 설명하는 좋은 사례가 될 것 같다. 즉 유전자(gene)에 변이가 일어나듯이 밈(meme)에도 변이가 일어나는 사례로 과학사적으로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