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arry Kim을 사하로프로 만들 셈인가?
Narry Kim을 사하로프로 만들 셈인가? Grade P
어제 교수들끼리 술자리 잡담을 나누다가 믿기 어려운 얘기를 들었다. 조갑제가 서울대 생명과학부의 김빛내리 교수를 좌파로 몰아세우고 국가과학자로 선정된데 대해 유감을 표명했다는 얘기다.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어 조갑제라는 극우 보수인사가 만든 홈페이지를 찾아 들어갔다. 그 과정에 그토록 유명한 홈페이지(조갑제닷컴; http://chogabje.com/)에 들어가기가 만만치 않다는 사실을 발견했고, 나 외에도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었다는 에피소드가 있음을 알았다. 무엇이 두려운건가?
조갑제닷컴은 생각보다 훌륭했다. 파란색 산뜻한 색깔로 시선을 끌고 있고, 검색 기능도 갖추어져 있어 원하는 정보를 쉽게 검색할 수 있었다. 그의 다른 글에는 관심이 없으니 문제의 글을 찾기 위해 검색했다. ‘국가과학자 김빛내리’
정말 있었다. 세상에 지금 21세기가 맞나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의 글은 두리 뭉실하게 지난 해(2009년 6월 3일) 노무현 전대통령의 서거 때에 서울대학교 교수들이 함께 발표한 시국선언문을 비판하고 있었고, 김빛내리교수가 시국선언 교수 중 한 명이었음을 상기시켜 주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말처럼 미친 노인네의 쉰소리쯤으로 들으면 그만일 수도 있다. 조갑제의 기사 마지막 말미에 대한 대답을 약간의 비아냥을 섞어서 이렇게 얘기하면 그만이다.
‘記者는 金교수의 의견을 듣기 위해 연구실로 수차례 전화를 걸었으나 공석 중이었고, 메모를 남겨놨으나 회신은 오지 않았다.’
-> 몰라서 묻니? 왜 답을 하지 않았는지 몰라서 묻냐고! 이웃집 개가 컹컹 짖을 때 당신은 일일이 대꾸를 하니?
이렇게 조롱하고 나면 기분은 풀릴 수 있지만, 본질적인 문제는 그대로 남아있다. 과학자들에게 무언의 압력을 행사한 것이다. 하물며 방송인 김제동을 노무현대통령 추모식 사회를 봤다는 이유로, 거기에 덧붙여 그의 정치적 지향이 좌에 가깝다는 이유로, 녹화해 놓은 방송조차 중도하차케 하는 세상에 우리 과학자들이 배부른 소리를 하고 있는 지도 모르겠다.
그는 우리 과학자들에게 너희들이 국가 연구비를 수주하려면 오른 쪽에만 서있어야 한다라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내가 당장 국가연구비를 신청해야 하는 상황이라면 당연히 위축되지 않을까? 국가 연구비를 받기 위해 양심의 자유를 포기해야만 한다. 대한민국 헌법 제19조는 “모든 國民은 良心의 自由를 가진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또한 제37조에서는「國民의 모든 自由와 權利는 國家安全保障·秩序維持 또는 公共福利를 위하여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法律로써 제한할 수 있으며, 제한하는 경우에도 自由와 權利의 本質的인 내용은 侵害할 수 없다.」라고 못박고 있다. 조갑제는 엄연히 헌법으로 보장된 내 양심의 자유를 침해한 것이다. 소송을 해야 되는 사안이다. 그러나 내가 의견을 표명할 자유가 있듯이 그도 의견을 표명할 자유는 있으니 이를 법정공방으로 몰고 갈 이유는 없다.
다만 우려스러운 것은 이런 전례가 폭압 정권 하에서 빈번히 자행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구소련 체제하의 사하로프가 대표적인 사례이다. 안드레이 사하로프는 소련의 유명한 이론 핵물리학자로 수소폭탄의 개발을 위한 연구에도 참여한 적이 있으나, 핵폭탄 공중 시험을 반대하면서 전세계 핵문제에 관심을 기울이게 되었고 핵보유국의 핵무기 감축을 주장하는 인권운동가가 되었다. 이후 소련 내에 자행되는 정치적 억압과 인권탄압을 공개적으로 반대하면서 공산정권의 무자비한 탄압을 받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1975년 노벨평화상을 수상하게 된다.
우리가 바라는 노벨과학상에 가장 근접해 있는 과학자들을 집중 지원함으로써 노벨상에 맺힌 우리의 한을 풀어보자라는 취지에서 기획된 것이 국가과학자 제도이다. 김빛내리박사에게 노벨평화상을 수상케 할 작정인가? 참으로 씁쓸하다.
2010년 6월 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