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란성 쌍둥이, 그 놀라운 동일성

이일하l 2010-05-17l 조회수 242

일란성 쌍둥이, 그 놀라운 동일성                                        Grade C

일란성쌍둥이는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같다. 그러나 살다보면 서로 다른 특징들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주변에 일란성쌍둥이를 친구로 둬본 사람들은 이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 지 쉽게 이해할 것이다. 그들은 대단히 유사해 보이지만 친하게 지내다 보면 어느 순간부터 누가 동생인지, 누가 형인지 구분하게 된다. 옷을 똑같이 입혀 놓아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이들은 서로 다른 구분 가능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유전적으로 완벽하게 같은데 왜 이렇게 달라질까? 두 가지 가능성이 있다. 첫째는 epigenetic mechanism 때문이다. 이쯤되면 비전문가는 이해하기를 포기할 것으로 생각된다. 인내심을 갖고 읽어주기 바란다.

일란성쌍둥이 중 한 명에게만 나타나는 유전질병이 있다. 좋은 예가 다발성경화증(multiple sclerosis)이다. 다발성경화증은 신경계가 손상되어 신체를 마음대로 움직이지 못하게 되는 질환으로 유전적 소양이 있는 질병이다. 즉 친척 중 누군가가 이 병에 걸려 있으면 자신도 그 병에 걸릴 확률이 매우 높게 된다. 일란성쌍생아의 경우 둘 중 하나에게 이 병이 있으면, 다른 쌍둥이도 이 병에 걸릴 확률이 자그마치 25%나 된다. 유전적 소양이 있는 병임을 바로 알 수 있다. 그런데 왜 한 명은 걸리고 다른 한 명은 걸리지 않을까? 이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UCSF (University of California-San Francisco)의 Baranzini 교수와 NCGR (National Center for Genomics Resources)의 Kingsmore 박사가 팔을 걷어 붙이고 나섰다. 우선 이들은 다발성경화증을 앓고 있는 쌍둥이 형과 그 병증이 없는 쌍둥이 동생의 전체 genome 염기서열을 비교하였다. 결과는 불행히도 똑같다 였다. 발생 및 생장 과정에서 염기서열 상의 변화가 일어나지 않았는데도 하나는 병을 앓고 있고, 다른 하나는 멀쩡한 것이다.

이 경우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이 후생유전학적 변화(epigenetic change)이다. Epigenetics는 DNA 염기서열 상의 변화가 없이 특정형질이 자손에게 유전되는 유전현상을 설명하기 위해 만들어진 용어로써 DNA methylation이나 histone modification 등에 의해 유전자 발현 방법이 바뀌어 지는 현상이다. 쉽게 비유하자면 DNA 이중나선의 염기서열에는 변화가 일어나지 않지만  DNA 나선에 색색가지 치장을 하는 것쯤 된다. 최근 분자생물학적 테크닠이 개발되어 이러한 현상 또한 게놈 수준에서 확인할 수 있는데 이를 에피게놈(epigenomics)이라 한다. 두 쌍둥이에서 epigenome 분석 또한 해보았으나 아무런 차이가 없었다. 혹시 선택된 쌍둥이가 공교롭게도 이상한 건 아닐까? 해서 다른 쌍둥이를 선택해서 같은 실험을 반복해 보았다. Genome sequencing은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기 때문에 이 경우 전체 염기서열을 비교하진 않고 다발성간경화증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SNP (single nucleotide polymorphism)을 비교해 보았지만 결과는 같았다. 즉 유전학적, 혹은 에피유전학적 변화가 발견되지 않은 것이다. 이를 두고 Yale 대학의 Hafler 교수는 ‘incredibly important negative'라 표현하였다. 두 쌍둥이 간의 병증 차이가 왜 발생하는 지 답을 구하지는 못했지만 유전적, 에피유전적 차이는 아님을 보여주는 의미있는 발견이라는 말이다.

두 번째 가능성은 발생과정상에 일어나는 developmental noise 때문이다. 역시 이 글을 읽기 위해서는 인내심이 필요한 대목이다. Developmental noise란 genome(유전체)이라는 유전정보를 청사진으로 하여 생물개체를 만들어내는 과정에서 약간씩의 변이가 존재하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즉 생물체는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약간씩의 오차를 허용할 수밖에 없다. 이를테면 이상적인 상태에서 생성되어야 하는 생장호르몬(human growth hormone)의 양이 1천개라면, 실제 태아 발생 과정에서, 혹은 생장과정에서 만들어지는 양은 1천1백개일 수도 있고 990개 일 수도 있다. 이는 생물체가 기계가 아니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생물체를 구성하는 유전체라는 청사진이 발생 과정에서 펼쳐지는 동안 약간씩의 양적 변이는 허용하게 되어 있지만 이것이 궁극적으로 두 쌍둥이 형제를 완벽하게 똑같지는 않게 한다. 다발성간경화증을 비롯한 일란성쌍생아 간의 형질 차이는 이러한 developmental noise로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결론은 일란성쌍둥이의 놀라운 동일성이다. 그럼에도 이들 간에 약간씩의 차이가 발생하는 것은 일종의 plasticity(가소성) 때문이라 할 것이다. 일반적으로 식물은 동물에 비해 훨씬 큰 plasticity를 가진다. 따라서 유전적으로 동일한 식물을 파종해도 키워보면 제각각 다른 형태로 자라는 것을 볼 수 있다.

Reference
1. Twin study surveys genome for cause of multiple sclerosis (2010) Nature 464, 1259.

2010년 5월 17일
이일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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